
완 (N) 독립. 투쟁. 테러. 그딴 건....
개나 줘버려.

여경의 코앞에 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완의 모습!
한 팔을 세워 머리를 괸 채 여경을 느끼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다.
완 (느물느물하게) 잘 잤어? 나의 귀여운 뻐꾸기?
여경 (헉! 해서 이불을 가슴에 모아 쥐며) 안 돼.
(눈을 꾹 감고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라고!

하는 것과 동시에,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여경을 움켜쥔
강구의 손을 확 잡아채서 뒤로 꺾어버리는 완.
수현 ! (보고)
여경 ! (보고)
완 (시선은 수현을 보며, 낮지만 위협적으로) 내 여자한테 손대지 마.

송주 (차분하게) 아름다운 밤이에요 여러분. 청춘의 특권이 허락되지 않는
척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을 위해, 그럼에도 살아가고,
그럼에도 사랑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불러요.
희 망 가
이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중에
덧없이 꿈같구나

완 (얼굴을 바싹 들이민다)
여경 뭐....뭐하는 짓이예요?
완 입 맞추자며?
여경 다...당장 그만 못 둬요? 소....소리를 지르겠어요?
완 오바는 암튼. (피식 웃으며 일어난다) 관두자. 나두 재미없어 더는 못하겠다.
여경 뭘 관둬요?
완 밥 줄 생각도 없는 주인한테, 열심히 꼬리치는 멍멍이 노릇 관두겠다고.

완 (분노를 누르며 간신히) 그래서.... 형을 팔았냐?
수현 (가만히 바라본다)
완 (기어이 터지며) 대답해! 그래서 형을 밀고했냐고 묻잖아!!!
수현 가망 없는 조선에 아까운 청춘을 바치는 노릇, 그만두게 하고 싶었다.
완 !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수현 (건조한 말투로 담담하게) 믿기 어렵겠지만, 형에 대한 애정이었다.
결과가 비극적이어서 유감,(이었지만)
완 (순간 퍽! 수현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수현 (쓰러진 채로 담담히 상처를 닦는다)
완 그래도 나는... (울컥 참으며) 가끔은 니가 그리웠다, 이 개자식아!
수현 (표정이 정지된다)
완 뭔가 폼 나는 사연이 있었겠지, 들을 준비가 되면 들어줘야지,
들어주고 위로해줘야지, 그런 다음 술이라도 한 잔 같이 해야지,
그렇게 생각했었다고 이 개자식아!!!
수현 (홀로 심장이 찢어진다)
완 사는 동안 다시는 만나지 말자. (눈빛 살벌해지며) 너는 오늘, 내 안에서
죽었다. (차갑게 확 돌아서서 간다)
수현 ...

수현 (완에게 총을 겨눈 채) 범인 검거를 위해 수사에 협조해주십시오.
완 (낮지만 살벌하게) 비켜.
수현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현장을 일탈하면 의심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완 (터지며) 비켜! 비키란 말 안 들려!!!
코우지 (완을 향해 총을 겨누며) 죽고 싶어!!!
강구 (완을 향해 총을 겨누며 동시에) 반항하면 쏘겠다!!!
수현 나여경씨는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증언을,
완 비켜!!
수현 (본다)
완 (살벌하게 노려보며) 이 여자가 죽으면, 너도 죽어.

송주 어머, 나도 방금 그대의 얼굴을 보며 시 하나 지었는데. 들어볼래?
완 됐다고 보는데?
송주 (상관없이)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완 (OL) (기막혀서) 누가 내 연인이 독립투사래.
송주 왜 이래, 어제 여경씨랑 외박했다면서.
완 (알겠는, 이 갈며) 영랑이 이 자식을 그냥!
송주 (상관없이 연결)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완 (자신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혼자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여경에게 조금 화가 나서 따라가며) 잠깐 기다려!
여경 (그대로 가기만)
완 나한테도 말할 기회를 줘야. (될꺼아니야)
하면서 여경을 확 잡아 돌리는 순간 완의 표정이 멍해진다.
눈가에 눈물이 꽉 들어차있는 여경!
여경 (완을 노려보며) 좋은 말로 할 때 꺼지십시오. (눈물 후두둑 떨어지고)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자치기를 하는 두 사람. 여경 팔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펄펄 나는 모습이고. 운동신경 뛰어난 우리의 완, 역시 한 실력 보여주신다.
이제야 의기투합이 돼서 신나게 뛰는 두 사람.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완 나한테 너는 여동생도 아니고 수많은 여자 중에 한 사람도 아니라구.
여경 .....
완 내가 독립투사가 될 리 없고, 니가 그 일을 포기할 리 없다고 했지?
여경 ....
완 나랑 너랑은 영원히 평행선이라구 했지?
절대로 한 지점에서 만날 수 없다고 했지?
여경 ....
완 아니, 만날 수 있어.
여경 ....
완 니가 나한테 혁명이 뭔지 가르쳐줘.
여경 ...
완 그럼, 내가 너한테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게.

수현 당신은 정체가 뭐야. 애물단의 저격수야? 당신이 애물단의 수장인가?
송주 (수현의 손아귀에서 팔을 확 빼내고는 피식) 알면서도 보내준 이유가
뭐야 그럼. 그 자리에서 쏠 수도 있었잖아! 죽여버릴 수도 있었잖아!
수현 내가 살라고 했으니까!
송주 (멈칫 보는)
수현 죽지 말고, 절대로 살라고 했으니까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가라고
했으니까! 그 말에 책임을 졌을 뿐이야. 두 번은 용서 없어.
송주 (보며)
수현 다음번엔 다시는 적으로 만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뒤 돌아가며 표정)
송주 (심장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수현을 바라보며 서있는)....

수현 너 모르지. 나.... 무서웠다. 도망가고 싶었어. 형이 나를 향해 총을 뽑아
들었을 때, 형이 나를 향해 도망가라고 눈으로 외쳤을 때, 아...어쩌면 살 수도
있겠구나. 비겁하게 안도했었어. (담담한 눈가에 눈물 고이며)
살아가면서.... 그 목숨값을 치를 생각이다.
완 (울컥하지만) 언제까지.
수현 (보고)
완 (터지며) 도대체 언제까지!!!
수현 조국이 해방될 때까지.
완 ! (보고)
수현 (붉어진 눈으로 좀 웃으며) 그래서 내가 해방될 때까지.
완 (고인 눈물이 주루룩)

여경 뭐....뭐 하시는 겁니까?
완 (장난기 없이 바라보며) 수업.
여경 예?
완 (역시 장난기 없이) 지금부터 수업 할꺼야. 싫다고 하지 마.
여경 ...! (무슨 뜻인지 알고 긴장하는)

완 내가 모든 일에 한 발만 담그고 있는 객원 인생이라구 했지?
남자라면 걸레 따위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좀 더 근사한 데 목숨을
걸라고 했지? 목숨을 한 번 걸어볼 생각이야. 유일하게 두 발 모두
담그고 싶은 사람과 일이 생겼거든.
여경 (좀 걱정스러워져서) 목숨 걸 각오로 임하는 건 좋은데, 죽지는 마십시오.
완 (어이없어 웃는다)
여경 (진지하다) 농담이 아닙니다. 이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또,
완 (OL) 안 죽어.
여경 (본다)
완 염려 마. 나는 형처럼 어이 없이 안 죽어. 너두 맘대루 죽게 안 만들어 내가.
그러니까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자.
지겨운 이놈의 땅, 해방되는 거 까지 보고 죽자.

수현 (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
송주 (보며) .....
잠시 그대로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
어느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송주의 손을 거칠게 잡아끄는 수현.

수현 당신이 다른 남자들에게 웃음을 파는 모습을 보는 게...싫습니다.
당신이 살인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게....고통스럽습니다.
송주 ...! (눈가 붉어져서 보며)
수현 (잠꼬대 하듯이) 당신이 웃고 싶은 사람 앞에서만 웃을 수 있었으면....
당신이 피 묻지 않은 손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내 마음이 좀... 편해졌을까요?
송주 (붉어진 눈가에 눈물 고이고)
수현 (눈을 감고 잠들어 버리는)
잠들어 있는 수현을 울컥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송주.
어느 순간 천천히 손을 뻗어 수현의 이마 위를 덮고 있는 수현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쓸어올려주는 송주....
송주 기생이나 되니까 당신이 아무 마음의 부담 없이 여길 오지....
(눈물 고인 얼굴로 미소 지으며) 술이나 마시니까 당신이 솔직해지지....
안 그럼 내가 어떻게 이렇게 가까이서 당신 얼굴을 볼 수 있겠어요...

송주 (수현을 향해 옅게 미소 지으며) (E) 미안하네요... 당신한테 또 다시
이런 십자가를 지게 해서....
-또 다시 민이형의 죽음과도 같은 죽음을 맞게 된 수현, 멍해지는.
송주 (E) 그래도 살아주세요... 당신은 살아서... 반드시 행복해주세요....
-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수현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송주.
어느 순간 천천히 눈을 감는....
- 쓰러진 채 미동이 없는 송주를 멍....하니 바라보는 수현.
- 멍한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후두두둑 떨어지며 소리 없이
오열하는 수현에서.

수현 (OL)(드디어 터지며) 왜, 나만 살아가라는 거야 왜!!!
완 (보고)
수현 나는 맘대로 죽을 자유도 없나? 나는 맘대로 살아갈 자유도 허락되지
않는거야? 민이형도, 그 여자도, 왜 나만 살려놓고 가는 거냐구 왜!!!
완 (안타까워서) 수현아.
수현 내가 이렇게 아픈데! 두 사람 대신 살아갈 내 앞날이 깜깜한데!
왜 조국의 앞날까지 생각해야 돼 내가! 내 인생이 이렇게 아픈데,
왜 다른 사람 인생까지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되냐구, 왜! 왜! 왜!!!
완 (OL) 니가 선택한 길이니까!!!
수현 (보는)
완 니가 옳다고 생각한 신념이니까. 더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되니까.
수현 (보며)
완 (마음 아프지만) 그냥 총독 한 명 죽이구 말어? 죽이면 또 다른 총독은
안 와? 그걸루 니 할 일 다 하는 거야? 그럼 니 마음이 홀가분해?
어떻게 지켜온 신념인데 여기서 포기해!
그 여자가 어떻게 지켜준 목숨인데 여기서 포기해!!!

송주 (E) (6부 25씬) 그대의 연인은 독립투사. 나의 그대는 변절자.
완 ... (눈물 고인 얼굴로 피식 웃고)
송주 (E) 청춘은 언제나 봄. 조국은 아직도 겨울,
아! 해방된 조국에서 신나게 연애나 해봤으면!
결국은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오열이 되어 터지는 완.
가만히 다가와 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 여경.
위로해주듯 완을 바라보는 여경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인.
완의 어깨를 안아주며 눈물 흘리는 여경.

완 쉿! (긴장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작고 은밀하게)
쫓기고 있습니다. 잠시만 이대로 걸어가 주시겠습니까?
여경 (살아있는 완을 보는 순간 왈칵 참았던 눈물이 고이는, 애써 웃으며)
완 (미소 짓는)
여경 (눈물 고인 얼굴로 웃으며) 뻐꾸기....
완 (피식) 뻐꾸기는 둥지로 날아갔겠죠.
여경 검문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신발끈을 단단히 묶어두시지요.
완 (미소로) 왜, 또 가방 가지구 튈라구?
여경 살아 있어줘서....고맙습니다.
완 (미소로 보다가 그대로 여경을 품에 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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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닥본사 못한게 너무 너무 후회되는 드라마 ㅠㅠㅠㅠㅠㅠ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왜 이렇게 늦게 봤을까 싶기도 하고
내 생에 최고의 드라마 베스트 5위안에 드는 드라마, 경성스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