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 1. 실사구시의 태도로 이전 정부가 잘한 일은 이어가야 합니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그야말로 실용주의적 태도로 일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을 선택한 것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약속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들이 했던 모든 것을 다 부정하라고 나라를 맡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지난 정부가 했던 일들도 잘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마음먹는다고 해서 경제성장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요, 성장률을 올린다고 해서 저절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 역시 아닙니다. 강만수 경제팀이 지금 하는 그대로 하면 성장률도 지난해만 못할 뿐만 아니라 새로 생기는 일자리 역시 작년보다 줄어들 것입니다. 수출과 대기업, 제조업에 집착하는 정책만으로 고용률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은 경제학계의 상식입니다. 자영업이 구조적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는 사실 역시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금융과 사업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보건, 복지, 보육 분야 서비스산업이 고용창출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라는 점을 간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향후 10년간 1백만 개에 육박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다시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듣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참여정부가 사회서비스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세웠던 제도개혁 과제와 사업계획, 중기재정계획 등을 모두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일자리 만들겠다는 공약 하나만으로 국민의 신임을 받아 탄생한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내놓았을 때, 정권의 운명이 어찌될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참모들 자신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정부라면 이념이나 감정을 떠나서 실사구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실용정부가 아니라, 막연한 보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지난 정부의 유산조차 모두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는 이념정부의 모습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당부 2. 헌법의 통치시스템을 존중하여 공직자들 사명감을 북돋워야합니다
둘째, 공직자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북돋워야 합니다. 포상과 징벌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우고 역량을 키울 수는 없다는 것이 짧은 기간 한 부처를 이끌어본 저의 판단입니다. 대한민국 공무원은 강한 자부심과 애국심을 지닌 존재입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각오로 일하는 공무원도 수없이 많습니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이런 공무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고, 그들이 대통령과 장관의 철학과 청책노선을 내면화하도록 북돋워야 합니다.
공직사회에는 언제나 혁신과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의식을 이용하여 공직사회를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공무원들의 업무의욕을 높일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우익 포퓰리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요사이 공직사회의 정신적 붕괴현상을 목격합니다. 전북 김제에서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를 초기에 잡지 못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퍼지게 만든 과정을 보아도 그렇고, 협정문 초안을 읽지도 않은 채 서명한 것으로 보이는 한미쇠고기협상 경위를 보아도 그렇고, 우리 공무원들이 자부심과 사명감을 상실하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부처간 공조체제도 완전히 붕괴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인치(人治)로 회귀하는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각을 통괄하는 국무총리는 보이지 않고, 정부 부처간 협조체제도 마비되고, 부처장관 위에 옥상옥으로 청와대 수석을 두어,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권을 대통령과 몇몇 측근들이 독점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런 방식으로 통치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복잡한 사회라는 엄연한 사실을 대통령과 참모들이 직시하고, 다시 헌법과 정치의 기본원리에 따르는 통치시스템을 복원할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당부 3. 국민을 섬기는 민주적 리더십을 가지셔야 합니다
셋째,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섬기는 민주적 리더십에 대해서 더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의 국정혼란이 다 대통령 개인의 책임은 아닐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정치세력 전체의 철학적 태도와 문화 풍토가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민주화 세력에서 산업화 세력으로 권력이 넘어간 역(逆)정권교체에 담긴 국민의 뜻을 제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민주화 세력이 지향하고 성취했던 모든 것을 부정하고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그것대로 이어가면서 경제부흥과 일자리 만들기를 더 잘하라는 것이 이번 역정권교체에 담긴 국민의 뜻이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미국 방문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라고 했습니다. 언론인이나 지식인들이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으나 대통령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면 곤란합니다. 국민은 계약관계의 회사 직원이 아니라 대통령이 섬겨야 할 주권자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입니다. 주권자들이 언제나 대통령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국민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합니다. 때로 그 판단과 선택이 대통령과 다르고, 또 학술적 논리적으로 대통령의 견해가 타당하다 할지라도, 대통령이 주권자에게 자기의 판단과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30개월 넘는 미국소와 광우병 위험부위 수입 허용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마음이 크게 불안합니다. 시위에 나온 여고생이나 자기집 베란다에 현수막을 내건 시민들의 주장 가운데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거나 과장된 부분도 분명 조금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배고플 때 밥을 먹고 졸릴 때 잠을 자는 것과 동일한 기본적 욕구입니다. 공안기관을 동원하여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을 통제하고 억압하려 한다면, 이명박 정권은 임기 내내 거리에서 국민들과 싸우면서 세월을 보내야 할지 모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소탈한 품성을 지닌 분이라 할지라도, 과거 개발시대 건설회사 사장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로 국민을 상대한다면 국민에게는 권위주의적 통치자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자율화 개방화 다양화 탈권위의 흐름을 체험한 국민들이 국가지도자에게 요청하는 리더십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깊이 성찰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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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항소이유서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