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벌어진 22일 잠실구장. 유독 한 사내의 감격어린 표정이 눈에 띈다. 올시즌 혜성같이 나타나 도루 1위(21개)에 오르는 등 ‘발야구’의 재미를 톡톡히 선사하고 있는 두산 외야수 이종욱(26). 올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이 사내가 프로야구 최고 ‘별들의 향연’ 올스타전에 당당히 초청됐다. 불과 7개월 전 프로 선수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방출 통보를 받은 그였다.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1군 경기에 나서보고 곧바로 올스타전까지 출전한 이종욱의 옆에 앉아 함께 올스타전을 관전하며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격랑의 지난 시간들을 들춰봤다.
▲뼈에 사무친 날짜, 12월23일
청천벽력이었다. 20일전 상무에서 제대한 후 이날도 고양시 원당 현대 2군 경기장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던 이종욱에게 구단 운영팀은 사무실로 불러 갑작스런 방출 통보를 했다. “뭐라고요?”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미안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 뿐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난 5년을 2군에서, 상무에서 어떻게 버텨왔는데 기회도 한번 주지 않고 갑자기 짐을 싸라니. 그것도 다른 구단에서 이미 선수 충원을 다 마친 12월 말에나 와서.
“정말 모든 게 끝인가 싶었어요. 눈물이 솟구쳐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죠.”
▲내 친구 손시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자리에서 두산 손시헌에게 전화했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형제처럼 붙어다니며 힘들 때마다 옆에서 챙겨주던 든든한 그 친구가 그 순간 생각났다. “나 짤렸다.” 운명의 장난인지 손시헌은 그때 연봉협상을 위해 두산 사무실에서 운영팀 윤혁 과장을 만나고 있던 중이었다. “내가 얘기 잘 해 볼게”라는 한마디,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저희 중학교에서 혼자만 선린인터넷고 진학해서 적응을 못하고 야구를 그만 둘 뻔 했는데 그때도 함께 야구하자고 잡아준 게 시헌이었어요.”
▲운명의 일주일
기나긴 일주일이었다. 집에는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짐을 다 싸 와서 밥도 안 먹고 드러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모든 걸 눈치 챈 듯했지만 아무런 내색을 안 했다. 영남대 시절부터 5년 동안 만나온 여자친구에게 전화했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그리고는 두 사람은 10분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수화기만 들고 있었다.
이틀 후 두산 윤 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도 티오가 꽉 차서 힘들 것 같은데, 일단 감독님 오실 때까지 같이 훈련 하자.” 그 길로 짐 싸들고 잠실구장으로 향했다.
태국으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던 김경문 감독은 예정보다 이른 12월29일 입국했다. 잠실구장에서 김 감독을 보자마자 뛰어가 인사했다. “이번에 테스트 받게 된 이종욱입니다.” “그래, 열심히 한번 해 봐.” 그 말 한마디가 오늘의 이종욱을 만들었다. 1월에 접어들자 마자 두산은 이종욱을 정식으로 영입했다. “손이 떨려서 사인도 잘 못했어요. 이제 살았구나 싶었죠.”
▲4월12일,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이 잘 풀렸다. 기대치 않게 전지훈련 참가자 명단에도 포함됐다. 김 감독이 빠른 발을 최대한 살릴 것을 주문했다. 타구는 최대한 깔아서 치는 연습을 했고, 타격 연습보다는 죽도록 뛰고 받는 연습을 했다.
개막후 2번째 경기인 4월9일 잠실 LG전 7회 대수비로 투입된 뒤 8회 2사2루 첫 타석에 섰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3일후 광주 KIA전에 주어진 두번째 기회는 제대로 잡았다. 8회 대주자로 투입돼 도루에 성공하고 동점득점까지 성공했다. 연장 11회 데뷔 두번째 타석만에 기습번트 안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의 올시즌 활약내용은 이미 그 한 경기에서 다 예고됐다. 그리고 5월4일 잠실 KIA전 마침내 첫 선발 출장을 했다. 연속 3경기에서 14타수5안타로 날았다. “한두번 잘 되니까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경기에서 뛰는 것 자체가 너무 신나고 행복했어요.”
▲7월22일, 샛별이 되다
3개월 동안 정신없이 달렸다. 어느새 도루 1위가 돼 있었다. 3할대 타율을 꾸준히 유지했다. 규정타석에 10개만 더 채우면 당장 타격 10위권이다. 7월13일 발표된 올스타전 감독 추선선수 명단에 이종욱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믿기지 않았다. 생각조차 못해본 올스타전에 나간다는 생각에 경기 전날 새벽 2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모님, 형, 작은아버지 등 일가 친척 10여명이 대거 잠실구장을 찾았다. 그리고 7회 박재홍과 교체돼 마침내 그라운드에 선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8회 첫 타석에서는 1사후 2구만에 날카로운 좌익선상 타구를 날렸지만 3루수의 호수비에 잡혀 올스타전 첫 안타에는 실패했다.
“출전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죠. 경기 전 선수 소개할 때 제 이름이 호명되고 모자를 벗어 관중들에 인사할 때의 감격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김동환 기자
hwany@sportsworldi.com
▲1980년 서울 생
▲선린인터넷고--영남대
▲199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국가대표
▲2002년 현대 입단
▲2003년 12월 상무 입대
▲2005년 12월 현대 방출
▲2006년 1월 두산 입단
▲2006년 7월 올스타전 출전
당시 현대 감독이 김재박 이였을거에요.. 지금 와서하는말이 그당시 이종욱선수 놓친게.. 제일 후회된다고도 했져..그때아마 정수성한테 밀렸었나..기억이..흠..
김경문 믿음야구에 이종욱이 지금이자리까지 온듯.. 다른내용보면 이종욱 축구하려고했엇다네요..ㅋㅋ 달리기가 빨라서..
당시 현대측에선 달리기 하나는 인정했다던데..ㅎㅎ 내년에 손시헌 재대하면 두산 기대되네요. 이종욱선수가 손시헌선수에게 쓴 편지도 감동인데..ㅎㅎ
편지도 올려드릴게요 ㅎㅎ 감동 ㅠㅠ
TO 시헌에게
상무에서 휴가 나온 널 어제 만났는데 다시 편지라니 조금은 우습다.
그래도 너에게 말로 하지 못했던 얘길 할까 해서 펜을 들었다.
돌이켜보니 선린상고에서 우리가 만난 건 행운이자 운명인 것 같다. 고교 3년 동안 둘도 없는 단짝인 널 만나 재미있게 야구했다. 우린 이후 참 비슷한 인생을 살게 됐지. 정말 묘한 인연의 끈이 있는 것 같아.
네가 대학 진학에 실패해 방황하다 힘들게 동의대에 들어가 다시 야구를 하게 됐을 때 얼마나 기뻤는데. 그러나 졸업 후 불러주는 팀이 없어 넌 두산에 테스트를 받아 연습생으로 들어갔지.
결국 그게 나의 운명까지 바꿔놓았잖아. 난 대학 졸업 후 현대에 입단했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는데 제대하자마자 방출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 이런 나에게 네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잖아. 두산에서 실력으로 자리잡은 네가 날 구단에 추천해준 것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맙다. 테스트를 받고 구단의 결정을 기다리는 3일 동안 정말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결국 하늘은 우리의 인연을 저버리지 않았어. 그렇게 다시 만나 두산에서 함께 치고 달리며 웃고 울었던 2006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 두산에서 짧은 1년간의 생활을 함께하고 네가 군에 가는 바람에 얼마나 허전한지 모른다.
시헌아 다른 것 없다. 빨리 좀 제대해라. 어서 같이 야구하자. 남들은 눈만 감으면 제대하는 것 같은데 넌 한참 된 것 같은데 왜 아직 상병이냐.
제대하면 우리가 꼭 함께해볼 일이 있잖아. 선린상고 때나 두산에서 해보지 못한 우승의 한을 꼭 같이 푸는 것 말이야. 올해 내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는데 너무 아쉽게 놓쳤어. 그땐 참 억울하기도 했는데 하늘이 너와 함께 한을 풀라고 미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두산 우승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 상무에서 몸관리 잘하고 절대 다치면 안 된다. 알았지? 나도 신혼여행 다녀온 후 며칠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의욕이 앞서서 다리에 알이 배겼지만 이번 겨울에도 열심히 훈련해 내년에도 쉴새없이 달리는 내 모습 보여줄게. 항상 건강하고 각자 위치에서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자.
FROM 종욱
면회 간듯? ㅎ 손시헌 소개로 온 이종욱은 바로 두산과 계약을맺고 손시헌은 바로 상무팀으로...... 내년에 두선수가 만나게 될듯..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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