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록금 때문에 목을 매야 하는 이 더러운 세상을 떠나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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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못해 먼저 간다.』
세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개강 첫날 자신이 다니던 대학 실습실에서, 못다한 꿈을 담기엔 너무나 작은 A4 종이 한장에 20대 청춘의 마지막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목을 매야하는 나라. 피눈물을 참기 힘들어 몇달 간 들리지도 않았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유명 포털 사이트에는 뜨지도 못하고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짤막한 단신기사. 어제, 바로 2008년 9월 1일 대학교 개강 첫날에 한 친구가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먼저 간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유서 한 장 남긴 채. 얼마나 한이 맺혔으면 자신이 다니던 대학 건물에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어제 기사를 본 이후로 자꾸만 그 장면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도대체 누가 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을까요. 변변한 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먹고 살아가기도 힘든 나라. 20대 대학 졸업자들의 90%가 비정규직이 되어야 하는 나라. 대학 등록금은 연간 1천만원을 넘어섰고 학자금 대출 이자율은 8%에 육박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분통터지게 합니다. 말 그대로 피눈물이 납니다.
전국에 대학생이 300만명이라는데 2007년 한 해 동안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70여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심지어 최하위 계층은 8%에 이르는 높은 이자율 때문에 오히려 대출 받기를 꺼린다고 합니다.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기위해 한다는 비참한 알바들이 언론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습니다. 신약 먹고 피 뽑는 마루타 알바, 시체 닦는 알바, 심지어 키스방이라는 성매매 알바까지요. 등록금이 없어서 도둑질을 하는 친구도 있다고 하네요. 도대체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있습니까? 한없이 커다란 꿈을 안고 세상을 향해 달려가야할 20대 청춘들에게 '등록금 못내서 먼저 간다'는 어이없는 유서를 남기가 목을 매도록, 도대체 누가 우릴 이렇게 몰아가고 있나요?
전 뚜렷이 기억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대선 후보 시절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세웠다는 것을요.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잊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당선된 이후 '역시나' 반값 등록금 공약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아니, 반값 등록금 대신 백골단과 몽둥이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여러분 혹시 아시나요? 백골단과 폭력연행은 촛불 이전에 대학생들에게 먼저 선보였습니다.
△ 이명박 취임 전 인수위 시절 기자회견 중 연행되는 학생회장들.
정권을 이양받기 직전 인수위 시절, 경기인천지역 학생회 대표자들이 모여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반값 등록금 공약 꼭 이행해달라구요. 그런데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전경들이 들이닥치더니 폭력적으로 전원 연행해갔습니다. 뿐만 인가요? 3월 28일 시청광장에서 무려 1만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등록금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언론에서는 새 정부 들어 첫 대규모 시위라면서 떠들어댔었죠. 그 때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아세요? '사복 체포조', 이른바 백골단을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립서비스조차 없었습니다. 또 3.28 집회를 주최한 등록금넷(540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조직)에서 당일 집회에 각 정당 대표자들을 초청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1만여명의 대학생들 앞에서 직접 등록금 문제 해결방안을 설명하고 약속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만이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오겠다고 해놓고 안왔습니다.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요? ......아예 오겠다 안오겠다 응답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들도. 프랑스, 독일 같은 서유럽 국가들도. 쿠바, 베네주엘라 같은 남미 국가들도. 심지어 스리랑카나 북한같은 아시아의 여러나라들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이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왜? 이유는 간단합니다. 교육은 사회를 구성하고 발전시키는 우리 모두에게 동등하게 돌아가야할 혜택이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모피코트처럼 돈많은 사람만 누려야 하는 사치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요. 서울대 신입생 중 강남 출신, 전문직 부모를 둔 학생들의 비율이 매년 높아지더니 이제 4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돈 많은 사람은 그만큼 좋은 환경에서 공부 더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그래서 또 잘 살게 됩니다. 돈 없는 사람은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서 비교적 떨어지는 대학에 가고 그래서 또 비정규직으로 살게 됩니다. 교육은 이제 더 이상 계층 순환의 출로가 아닌 것 같습니다.
△ 삭발하는 어느 대학의 총학생회장과 머리를 밀어주다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
『가정형편 때문에 등록금을 내지못해 먼저 간다.』
증오스럽습니다. 이 납득할 수 없는 현실이. 대학에 안가면 취업이 안되고, 대학 가보니 등록금은 천만원에 육박하고,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으니 이자율은 8%에 이르고, 졸업하니 비정규직이거나 청년실업이고, 첫 사회생활을 빚쟁이로 살아가야 하는 이 현실이 증오스럽습니다.
믿지 않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말을요. 설령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결국 저들은 우리를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를 매길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시 상위 5%만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나머지 95%는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에서 해메겠죠.
싸우고 싶습니다. 1968년 프랑스의 대학생들이 무상교육을 쟁취해냈을 때 처럼요. 저들이 만든 이 썩어빠진 질서, 우리들의 힘으로 뒤집어 보겠다고 소리지르고 싶습니다. 친구들과 손에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고 거리에 나가서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저들을 오싹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한낱 천만원 등록금 따위야 아무렇지도 않을 저 강남 땅부자 정권에게는 우리 서민가정의 대학생들 목숨이 대학 등록금보다 값싸 보이겠죠? 그 값싼 목숨들이 모이면 얼마나 무서운지 진심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실 대학생 친구 여러분. 중고등학생 동생 여러분. 그리고 저희 등록금 내느라 피눈물 흘리시는 부모님들. 도대체 우리 언제까지 저들이 만든 이 악랄한 게임 속에서 고통받아야 할까요. 우리에게 광우병 위험 쇠고기를 먹으라며 최고급 한우를 먹고 있을 저들에게, 우리도 자기들처럼 수천만원씩 투자해야 좋은 대학가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요하는 저들 앞에서 언제까지 무기력하게만 있어야 할까요. 조만간 내 친구에게서, 혹은 내 자신이 이런 글을 쓰고 있을까봐 겁이 납니다. "등록금을 내지못해 먼저 간다" 구요.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73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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