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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못찾는 한국 석사 세계 누비는 독일 고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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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독일 젊은이 패트릭 씨(28). 그는 독일 공작기계 제조업체의 중국 프로젝트 매니저다. 약관 20세에 패트릭 씨는 회사에 취업했다. 9년 동안의 정규교육을 마친 후 3년6개월의 직업교육을 받고 곧장 현장에 뛰어들었다. 대학교육은 받지 않았다. 6년 동안 공작기계 분야에서 실무를 닦은 패트릭을 눈여겨 본 회사는 2007년 중국 근무를 제안했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픈 꿈을 꿔왔던 패트릭 씨는 흔쾌히 중국으로 건너갔다. 2년 동안 감독관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그의 실무경력과 해외경력을 높게 산 동종업계에서는 파격적인 조건의 이직을 제의했다. ★ 사례 2. 한국 젊은이 채인석 씨(가명ㆍ30). 그는 다음달이면 `석사 학위`를 받는다. 하지만 마음이 무겁다. 채씨는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후 도피하듯이 대학원에 진학했다. 어떤 직장이든 취업해 보려고 애썼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수도권 대학 법학과를 졸업했고, 나쁘지 않은 학점과 영어성적을 받았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기업은 없었다. 눈높이를 낮춰도 쉽지 않았다. 법대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한숨만 나온다. 채씨는 작년 여름 노량진 학원가에서 국사 행정학 등 9급 공무원 수험서를 구입했다. 법학석사 학위를 받는 채씨는 도서관에서 8절지 문제집과 씨름하고 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의 높은 교육열이 딜레마에 빠졌다. `대학(大學)민국`이라 불릴 만큼 임계치를 넘어선 대학진학률로 인한 사회적 낭비와 부작용이 심각하다. 작년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83.8%. 50~60%대인 미국 일본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사고와 350개가 넘어 포화상태인 대학, 여기에 일찍부터 전문가(장인)를 키우는 교육체계 부재가 어우러진 결과다. 직업학교를 나온 독일 일본의 젊은이들이 세계를 누비는 장인으로 커가고 있을 무렵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도서관에서 공무원시험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전문고나 전문대학이면 충분한 중소기업이나 단순한 일자리에 석ㆍ박사들이 몰리는 현상을 단순히 일자리 부족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 |
美 유학파도 10년 헤맨후 결국 전문대로 U턴 단순기능직에 석박사몰려… 극심한 학력 인플레에 일자리`미스매칭`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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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만 마치고 바로 뛰어들었으면 지난 10년간 헤매는 일은 없었을 텐데…." 이선민 씨(가명ㆍ32)는 미국 유학파다. 부모님 권유로 중3 때 유학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대학에서 국제경영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올해 3월 `새내기`가 된다. 서울에 있는 한 전문대 호텔외식경영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학 졸업 후 귀국한 이씨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취업 문을 두드렸다. 유학파에 영어실력도 최상위권인 이씨. 하지만 취업문은 좁았다. 종합상사 무역회사 등 응시하는 기업마다 낙방했다. 이씨뿐 아니라 한국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유학파였던 이씨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비교적 빨리 미련을 접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관심 있던 `보석 감정`을 배운 건 이때였다. 1년 동안 공부한 끝에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땄다. 그 덕분에 한 보석회사에 취업했다. 대학 졸업장이 아닌 전문지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피부로 깨닫게 된 첫 계기였다. 하지만 그는 보석을 감정하기는커녕 행정을 보는 일개 직원에 불과했다.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실망한 그는 전공 분야와 연관된 자격증에 눈을 돌렸다. 재수 끝에 `국제신용장 전문가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이 자격증은 무용지물이었다. 나이에 비해 경력이 일천한 이씨를 받아주는 무역회사나 종합상사는 없었다. 이씨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든 것을 무(無)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씨는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하고 서비스 정신이 강한 장점을 살리기엔 호텔 외식업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자격증 하나로 전문지식을 해결하기엔 부족하다고 여겼다. 전문고교에 다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전문대 호텔외식경영학과를 선택했다. 이씨는 "시간을 거꾸로 돌린다면 굳이 4년제 대학이 아니더라도 전문학교를 나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며 "내 자녀가 같은 선택을 한다 해도 말리지 않고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대학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는 데 걸린 세월은 무려 10년. 왜 대학에 가야 하는지, 내 적성은 무엇인지라는 두 가지 평범한 질문에 답하는 데 걸린 시간 치고는 잔인할 만큼 긴 시간이다. 대학의 덫에 걸린 우리 사회 어두운 자화상은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운동장. 환경미화원에 응시한 지원자들이 힘겹게 체력시험을 치렀다. 환경미화원 5명을 모집하는 데 전문대 졸업 이상 학력 소지자는 20여 명. 고학력 인플레이션에 빠진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이런 모습은 대구 등 전국 환경미화원 시험장에서 벌어진다. 매년 반복되고, 학력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물리학 박사(수료)까지 지원했다. 학력 인플레이션은 중소기업 모집 현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문계 고교를 졸업한 기능인력에 적합한 단순 회계업무나 기능직에 석ㆍ박사가 몰린다. 외국 유학파들이 가세한 건 오래된 일이다. 중소기업들로서는 딜레마다. "욕심이 나긴 하지만 석ㆍ박사를 뽑으면 십중팔구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하소연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과도한 대학 진학은 눈높이를 높여 일자리 미스매칭을 유발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켜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 진학이 맹목적이라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진학률은 59%로 독일(35%)이나 일본(45%)처럼 직업교육이 잘돼 있는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더욱이 전문대 산업대 교육대 등 학문보다는 실용적인 지식을 배우는 전문대학 진학률은 50%로 독일(13%)에 비해 4배에 이른다. 전문고교가 제 기능을 못하고, 또 전문고교를 졸업해도 굳이 전문대학을 가야 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대학의 덫에 걸린 건 그들 탓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적성을 찾아주지 못하고, 전문학교 졸업 후 곧장 기업현장에 나가는 시스템 부재, 그리고 대학 진학을 마치 의무교육처럼 여기는 사회의 책임이 크다. 박종효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위원은 "대학진학률을 분석해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전문대학 진학 비중이 월등히 높다"며 "고교 졸업 후 대학이 아니라 직업 현장에 나가도록 다양한 학제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
대학 자율화의 그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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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학생 줄었는데 대학 정원은 오히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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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1990년대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1990년 33%였던 대학진학률은 2000년에 68%에 오르더니 작년에 83.8%까지 껑충 뛰었다. 정원의 80%를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20여 개에 이르고, 30~50%대에 불과한 대학까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대학에 가는 구조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진 이유는 단순하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대학과 정원은 계속 늘었다. 세상은 다변화됐는데,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람 대접 못 받는다는 편견은 변함이 없다. 이를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대부분 무위로 돌아갔다. 한때 수험생은 100만명이 넘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처음 도입된 93년 수험생은 75만명. 2000년에는 89만명까지 늘었다. 이후 계속 감소해 작년에는 56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학생은 감소하는 데 대학 정원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96년 4년제 대학의 정원은 30만명인데, 10년 후에는 32만명으로 늘었다. 대학 숫자와 정원이 늘어난 것은 김영삼 정부 때 규제완화 조치 이후다. 94년 대통령 자문기관인 교육개혁위원회는 대학정원자율화, 대학설립준칙주의 등 대학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는 개혁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96년 정원이 자율화됐다. 수도권대학은 수도권 규제에 막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크게 늘었다. | |
기술에 대한 편견없는 독일, 대학 안나와도 대기업 CF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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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셀에 위치한 폭스바겐에 근무하는 니콜 멘겔 씨(34)는 창고 마이스터(장인)다. 3년 직업 야간학교를 다니며 마이스터의 길을 걸었다. 경력이 13년째다. 멘겔 씨는 "독일 마이스터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승진이 가능하다"며 "계속적인 평생교육으로 전문지식을 발휘하며 인력양성 책임을 맡는다"고 전했다.
디르크 하젤캄프 씨(40)는 전기시설장비 마이스터로 `하젤캄프`란 회사를 경영한다. 그 역시 대학을 나오지 않고 마이스터의 길을 걸어 창업했다. 하젤캄프 씨는 "마이스터들은 누구나 자영할 수 있는 주권이 주어진다"며 "전문지식 외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직업교육은 세계 최고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장인으로 커갈 수 있는 길이 잘 닦여 있다. `노벨상의 산실`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연구소 프라운호프와 막스프랑크, 그리고 뛰어난 기술자를 키우는 직업학교가 두 트랙으로 공존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 덕분에 대학 진학률은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강국으로 꼽힌다. 일자리 미스매칭이나 대졸자의 실업 문제가 우리나라처럼 심각하지 않은 이유다.
한국지멘스 영업관리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프로이 플로리안 씨는 독일 직업교육의 특징을 철저한 현장 중심 학습에서 찾았다. 플로리안 씨는 "2~3주간 학교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다음 2~3주는 반드시 기업에 실습을 나간다"며 "이렇게 2년 반~4년을 보내면서 학생들은 기업의 모든 분야를 체험하게 되고, 그만큼 산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책상 앞에서는 배울 수 없는 실무 지식으로 무장한 이들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며 "실제 지멘스 본사의 CFO(최고재무책임자)도 직업학교 재학시 지멘스에서 실습했다"고 덧붙였다.
16세부터 시작할 수 있는 직업교육은 `듀얼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3년~3년 반 동안 직업교육을 받으며 장인으로 커가는데 일주일 중 3일은 직장에서 실습을 하고, 나머지 2일은 정부의 이론 직업학교에서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업학교에 있는 동안 한 달 평균 약 600유로를 받는다.
막스프랑크가 기초과학, 프라운호프가 응용과학에서 최고의 인재를 키워내듯이 독일 직업학교는 수공업과 산업 분야의 전문기술인력을 키워낸다.
예를 들어 건축 전기 금속 건설 목공계 식품가공 유리 등의 분야는 직업학교를 나온 마이스터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해나간다. 특히 자영업을 하려면 마이스터 자격을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뮌헨에서 인쇄ㆍ출판ㆍ프린터 관련 마이스터로 일하는 코넬리아 쿠스터 씨는 "실무 위주 교육과정으로 중간급 매니저를 양성하는 것이 독일 마이스터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전했다.
독일이 대학과 직업교육의 두 트랙으로 정착된 것은 기술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회적인 토양 덕분이다. 플로리안 씨는 "물론 자식들이 일류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독일 부모들도 있다"며 "하지만 이는 일부 화이트칼라 직업에 국한된 얘기일 뿐 대부분 학생들은 직업학교를 나와 블루칼라 직업에 종사하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독일에서도 인턴만 7~8번 하면서 아직도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한 대학 졸업자가 있다"며 "이는 독일 사회에서 직업교육이 차지하는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유경 주독한국교육원장은 "세금이 무거운 독일에서는 직종에 관계없이 실제로 수중에 들어오는 수입에 큰 차이가 없다"며 "이에 따라 자녀가 학업에 적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부모들은 직업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단순한 학벌이 아닌 해당 직업에 필요한 자격증, 능력 등에 따라 직장 내 지위와 보수가 결정된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유학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한 명의 교사가 학생을 계속 지도하며 매달 학부모 회의, 개별 면담을 갖는다"며 "학생들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한 교사들의 상담 결과를 부모들이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초등학교를 마칠 무렵이면 이미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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