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격변기에 들어섰습니다. 87년 헌법체제가 여기저기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요. 2008년, 엄청난 시민들이 벌인 촛불 시위,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우연이 아닙니다. 너무 큰 상징과 뜻을 담고 있는 두 사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시민’으로 자란 젊은이들에게 ‘5공 시절로 돌아간 한국 사회’는 이상할 따름이죠.
민주주의체제에서 태어나 민주주의와 같이 자란 젊은이들에게 자유를 빼앗는 일은, 한국 전쟁 세대들이 북한이 쳐들어온다고 했을 때 느끼는 공포와 닮아있지요. 그만큼 절실하고 양보할 수 없는 문제란 겁니다. 휴학을 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박아무개씨를 만났습니다. 그를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 노제에서 한 추모시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충격을 받았죠. 얼떨떨하다는 게 처음 느낌이었고, 왜 죽었을까 의문이었죠. 왜 저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이 들었죠. 생각 끝에, 누군가가 저 사람을 힘들게 했고 그렇게 만든 건 현정권이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을 했어요.
“단지 기업가 출신에 경제학과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으로 뽑는 건 말이 안 돼”
-17대 대선 때 누구를 찍었나요?
제가 뽑은 후보는 문국현 후보였어요. 이명박 대통령을 뽑지 않은 건 일단 그의 부정과 부패가 확연히 보였어요. 그런데도 단지 기업가 출신에 경제학과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뽑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도덕면에서 가장 깨끗한 사람이 대통령 되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싶어서 문국현 후보를 직었어요.
-참여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전체 평가를 해보자면, 큰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해요. 노무현 대통령은 권위를 버렸어요. 그런데 버린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어요. 귄위를 버렸는데 권력을 빼앗으려고 한 거죠. 노무현 대통령이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했지만 종부세처럼 잘못한 것도 있죠.
노무현 때는 장비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민주화운동을 같이한 장비들이 많았는데, 장비가 의리는 있는데 총명하지 못하잖아요. 효율성 있게 일을 해결하거나 이끌어 나가는 건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물론 실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실패가 많았겠지요.
-현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명박 정부는 조조들이 너무 많아요. 조조는 똑똑하고 총명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자기 이득을 위해서만 써요. 국민 대다수를 보면서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자기 이로운 쪽으로만 처리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국민들 반대도 많죠. 저는 그렇게 느껴지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젊은이들 사이에서 팽배한 것은 정치무관심이죠. 더 잘못된 것은 애들이 그게 잘못 되었다고 생각을 안 해요. 우리나라 정치 뭐 이 모양 이 꼴인데, 내가 관심을 가져서 뭐해, 라면서 무관심을 자랑스럽게 말을 한다는 거죠. 그런 애들이 대부분이에요. 취업도 안 되지, 돈도 못 버는데, 정치에 관심을 가질만한 대학생이 얼마나 되겠어요? 자기 앞길도 막막하니까 대부분이 정치에 무관심 하죠.
-정치에 관심이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등록금 문제를 예로 들어볼게요. 등록금 문제를 대처하는 방법이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등록금 투쟁운동을 하는 거죠. 몇 년 동안 안 되고 있듯이 이건 별로 효과가 없어요. 두 번째로는 알바를 해서 등록금을 버는 건데, 이것도 한계가 있죠. 세 번째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타는 거죠. 이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이렇게 해서 당장 눈앞에 등록금은 해결할 수 있는데, 이대로 놔두면 등록금은 계속 오른다고요. 멀리 내다보면,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대학갈 때 엄청난 등록금을 내야해요. 따라서 우리 아이들 미래를 바꾸려면 정치에 투자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야 정책이 바뀌고 나라가 달라지죠.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2일 보라매 공원에서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을 촉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젊은이들이 선거에 참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면 오늘날 이런 상황 발생했을까”
정치인에 기대를 걸고 정치인을 후원해주고 정치인이 자기 소신을 이어가도록 지지하는 게 짧은 시기에는 몰라도 멀리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20대나 대학생들이 토익책이나 전공책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에 참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면, 오늘날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싶네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패기가 없다는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요새 젊은이들이 도전정신도 없고 패기도 없다는데, 저희가 패기를 내세우고 도전할 게 어디 있어요? 당장 취업이 안돼서 벌벌 떨고 있는 상황에서 도전을 하라는 건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예요. 도전이라고 하는 것도 할 수가 없어요.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건 힘들어요. 유명대학교 가는 애들은 돈 많고 잘 배운 부모 밑에서 자란 애들이에요. 예전에는 도전정신 가지고 악으로 깡으로 했는데, 이제는 물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돼요.
저도 어렸을 때는 부정부패하고 무사안일하게 사는 어른들이 못마땅했어요. 그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공부는 잘하고 봐야하고, 학교는 좋은데 가봐야 하고, 여자는 예쁘고 봐야하고, 남자는 능력이 있고 봐야한다고. 저는, 그건 틀린 생각이다 당신들의 세상은 그랬는지 몰라도 앞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은 다를 거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꿀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느덧 저도 나이가 들어가니까 그게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들이 했던 말에 점점 수긍이 되죠. 이런 더러운 세상이지만 이곳에서 어떻게든지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돼요. 잘못된 걸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제대로 편승해서 보다 많은 부와 좋은 거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어른들과 소통은 잘 되는 편인가요?
저는 부모님이랑 정치 얘기를 많이 하는 건 아니에요. 정치 얘기를 잘 안 해요. 그래도 요즘 부모님들은 예전보다 아이들과 많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 친구만 해도 대선 때 후보들 토론을 보면서 부모님이랑 같이 얘기하고 그런대요. 또 이번 노무현 대통령 사건을 보면서 기성세대와 젊은이들 간격이 좁아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예전보다 나아진 거 같은데, 소통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한국사회에 바라는 게 있다면?
바람이기도 하고 간절한 소망이기도 한데,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는 연설을 한 적이 있어요. 지난 600년 역사동안 정의라 할지라도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에 대항했던 사람은 멸문지족을 당했다고 그랬죠. 그 말처럼 이제는 자기 능력이 있으면 그걸 최대한 펼칠 수 있고. 잘못 되었으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사람 사는 게 옳다 틀리다로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서로 다르면 다른 걸 인정해줘야지 한국에서는 틀렸다고 해요. 제가 한국 사회에 바라는 건 무엇보다 다른 거와 틀린 걸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 끌려가는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3일 오전 서울대교수 100여 명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재향군인회 회원 수십명이 들어와서 성명서를 찢고 욕설을 퍼부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왕'을 바라는 사람들,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그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출마 연설 대목 가운데 이런 게 있습니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 역시 권력에 저항했다가 죽음을 당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컬어 ‘바보 노무현’이라고 합니다. 그는 타협하면서 원칙 버리는 정치를 경멸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인들은 가신으로서 ‘제왕’을 섬겼으며, 부정과 야합을 일삼았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상한 정치인’이자 비주류가 될 수밖에 없지요. 그런 그를 내내 반대하였는데도 끝내 대통령이 되자 ‘해당 권력들’은 저주를 퍼붓습니다. 그에게 저주를 퍼붓던 세력은 누구였습니까? 그는 무엇에 저항을 했습니까?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를 놓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했으나 사납게 물어뜯는 기득권 세력에게 5년 내내 시달렸지요. 그 곁에 있는 ‘장비’들은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의지는 드높으나 따라주지 않는 능력에 하루에도 몇 번씩 괴로워하였죠. 때론 지금 정권처럼 사정기관들을 동원하여 반대파를 먼지 털 듯 조사한 뒤, 쓸어버리는 유혹도 느꼈겠지요. 그러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그들은 멀리 내다보며 참았지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하게 무진장 욕을 먹고 있습니다. 이전과 다른 건 그의 둘레엔 장비가 아니라 ‘조조’들이 많다는 거죠. 사사건건 반대만 하는 야당과 부딪히면서도 되도록 해결점을 부드럽게 찾으려고 애쓴 ‘장비’들과 달리 조조들은 사정없이 자기들 이익만을 노리며 정책을 몰아 부칩니다. 반대가 싫으면서도 귀를 열었던 참여정부와 달리 반대는 바로 ‘구속’을 뜻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하지만, 당장 자기 밥그릇에만 얼굴을 파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 배고픔이 바로 정치의 문제이고, 민주주의 문제란 것을 모릅니다. 사람들은 그저 모든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주는 ‘왕’을 바라게 됩니다. 그러나 삼권분립이 되어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 혼자서 세상을 바꿀 순 없습니다. 우리 개개인 삶이 바뀌고 의식이 달라져야 세상도 변합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일찍 늙어버렸고, 지금에 머무르려고 합니다. 한국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http://blog.ohmynews.com/specialin/28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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