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라

[스크랩] [칼럼] 오히려 ‘과잉’, 영어가 한국을 질식시키고 있다

그리운계절 2008. 2. 3. 17:42

[칼럼] 오히려 ‘과잉’, 영어가 한국을 질식시키고 있다

 

 

[데일리서프라이즈 원세나 기자]
 
 
“선후가 뒤바뀌었고, 본말이 전도되었다”.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영어교육 논란에 대한 단상이다. 기어이 이런 철학도 소신도 없는 무국적 정책이 온 나라를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릴 것이란 것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한마디 일갈을 통해 예견된 바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명박 당선인이 “초등학교 때부터 국어나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면 어학연수를 안 가도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외수 선생은 “앞으로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거룩한 애국심에 힘입어 세계로부터 문화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나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일침을 가한 바 있다.

 
핵심은 언어를 기능과 도구로 바라보느냐, 아니면 문화의 산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다.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언어를 단순히 기능과 도구로만 바라보는 듯하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를 잘하는 국민들이 많은 나라가 잘 산다”는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억측이 당선자의 입을 통해 주장되는 것만 봐도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당선자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사리에 맞지 않는 낭설을 주장하는 걸까. 가변적 통계수치지만 세계 경제를 가늠하는 그 어떤 수치를 대입해 봐도, ‘비영어권 국가 중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잘 산다’는 통념은 성립될 수 없다. 단적으로 ‘일본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보다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더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본 사람들이 들으면 다소 기분이 나쁠지 모르겠으나, 일반 대중의 영어능력은 한국 국민들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그늘이 눈부신 경제성장과 부를 일궈낸 것은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의 것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지, 단순히 영어를 잘 구사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역사 문화적으로 영어권에 속하지 않았으면서, 순수하게 영어교육 하나만을 통해 전 국민이 영어를 잘하고, 또 그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부를 창출한 나라가 한 나라라도 있다면 당선자와 인수위는 제시해 보기 바란다. 아니 영어문화권에 속해있지 않으면서 단순히 영어 교육만으로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자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런 나라가 있는지부터 밝혀보기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비현실적 주장만 남발하고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린 나이에 외국에 나가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기러기 아빠들이 양산되는 그런 현실만큼은 막아야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의지라고 한다.

세상을 몰라도 어쩌면 이렇게 모를 수가 있나. 인수위 관계자들은 지금 영어 학원가에 불고있는 영어 광풍을 어떻게 설명 할텐가. 지금 학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아. 이제 영어구나.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가 도태되는 구나.”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영어 사교육을 강화시키고, 오히려 더 많은 기러기 아빠를 양산시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은 ‘영어 과잉’의 나라다. 아랍권 국가에서 자국민이 납치되었을 때도 정부 내에 아랍어 전문가가 없어서 협상에 차질을 겪었던 그런 나라다.

영어교육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는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전문 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언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영어가 다른 언어를 질식시켜서는 안 된다. ‘획일성’과 ‘다양성’ 중 무엇이 국가 경쟁력에 보탬이 될지 이 당선자와 인수위는 고심해 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그분들의 거룩한 애국심에 힘입어 세계로부터 문화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나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시 한 번 이외수 선생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리고 아래 한 장의 사진을 소개한다. 왜 영어가 아닌 국어 교육이 먼저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기 때문이다. 당선자의 솔선수범을 기대해 본다.


원세나 문화·연예팀장
 
 
 
--------------------------
 
모국어 능력을 향상시켜도 모자를 판에.. ㅡㅡ;;;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