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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음 베스트 블로그 글] 촛불집회 의료봉사하신 훈남 한의사분의 글~!!

그리운계절 2008. 5. 29. 23:32
첫번째 이야기 :::: 촛불집회 의료봉사 참가 후기

 28일, 서울에 듣고 싶은 강의가 있고 촛불집회에도 참여할겸 4시20분 우석대발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
도착시간이 6시 20분쯤이었는데 강의가 있는 학교가 상당히 멀리 있더군요 ㅡ,.ㅡ

고민하다가 '머리를 채워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라는 평소의 신조대로,

광화문으로 갔습니다.

지하도를 나와 길건너편을 보니 닭장차가 기다랗게 줄서있고 소라기둥만 보이더군요. (광화문 6번출구에는 백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었고 바로 옆엔 전경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섞여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죠.)

소라기둥 옆으로 베스킨라빈스앞에 의료봉사라고 써있는 조끼를 보고 일단 문의를 해봅니다.

'저 여기가 의료봉사단 맞나요? 저 한의사입니다만, 어느분이 책임자이신지...'

순간 돌아오는 대답

'그냥 게시판에 글 보고 모인 사람들이라 책임자는 없고요, 일단 오늘은 저 분(어느 아주머니)이 팀장하기로 했어요'

간단하게 어디서 왔느냐, 뭐하는 분이냐 등등의 말이 오고 갔습니다. 이삼일째 나오신 분도 있지만 대부분 오늘 처음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바뀐다고 합니다.

어쨌든 2~3일 연속으로 나오는 분들에게서 주의사항을 들었는데 순간 '아차'했습니다.

그건... 의료봉사라는 조끼를 입은 순간 '절대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었죠.

어떠한 언론매체의 인터뷰도 불가! 구호금지!

닭장차투어를 각오하고 올라간 라스핀으로서는 난감했습니다. '빠질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의료인(의사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그냥 잔류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합류했을때(약 7시 20분)는 (한)의사면허를 가진 분이 라스핀 혼자였습니다  모두들 늘그막하게 오시더군요 ㅡ,ㅡ

다행히 8시쯤 외과의사분이 오셨고, 늦게 치과의사(의료봉사 모집한다고 처음 글 올리신 분이라고 합니다)분과 내과의(인것 같은데 통성명도 못했습니다 -o-), 간호사 몇 분 등등이 오셔서 그럭저럭 4조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촛불집회 행사가 끝나고 거리로 나가려는 듯 사람들이 행진을 하기 시작했는데,

청계광장 자체를 봉쇄한 경찰....... (뭔 생각으로 그런건지... 인도까지 막아버렸습니다)

사방을 아예 막아버렸습니다. 이로 인해 전경을 사이에 두고 오는 사람들과 가는 사람들이 양쪽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이 곳곳에 보였죠.

이 과정에서 발바닥에 무언가에 찍힌 (흡사 못을 밟아 생긴 듯한 상처) 초등학생 (__)을 응급요원들이 처치했구요,

 방패에 찍혀 팔목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으신 어느 청년분...(집회도 끝난 것 같아 집에 가야겠다고 항의하다가 말이 안먹혀서 돌아오는 중 이동하는 전경의 방패에 찍혔다고 하셨습니다)을 응급요원들이 처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집에 모두 막혀버려서 집에도 못간다고, 아예 인도까지 막아버렸다고 하면서 이리저리 움직일때, 어느 시민 한 분이 실신하신 분이 있다고 해서 급히 달려갔습니다.

 장소를 못찾아 한참헤매이고 있다가, 도착한 곳(어느 카페앞 도보)에 응급요원 한분이 기자들 사이에서 고분분투ㅡ,.ㅡ하고 있었습니다.

'의사입니다. 비켜주세요'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간신히 비집고 들어간 틈에 실신했다가 이제 막 일어난(응급요원이 설명해줌) 남자분이 카메라의 후레쉬에 놀란듯 움추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간단히 안구운동과 치아상태, 구강상태, 청력, 외상여부 등을 확인하고 환자를 다른 요원들과 함께 감싸서 카메라를 피해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펜라이트도 없어서 핸펀으로 동공반사를 체크하고 상태를 점검하고 안정을 취하게 하였고, 인터뷰를 시도하는 매체들을 몰아냈지요. 약 20여분간 동태를 살펴 이상이 없다고 판단한 뒤에 보내드렸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행인들의 거센 항의에 한 사람이 지나다닐 공간을 만들어 주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으로 통행을 했습니다만.... 모두들 한마디씩 항의를 하면서 가셨고, 어떤 분은

'국민이 쥐새끼냐? 쥐구멍으로 다니게 하게? 난 쥐구멍으로 못가!'라고 큰소리로 외쳐서 실소를 자아냈습니다.

경찰의 강력한 봉쇄로 뿔뿔히 흩어져 응료봉사단도 갈 곳을 몰라 막막해 했습니다.

거리시위를 한다는 소리를 여러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명동이다, 충무로다, 남대문이다, 시청이다 등등의 정보가 난무했고 전경들도 곳곳에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지요.

그 덕(?)에 응급의료단도 같이 헤맸습니다.

약  2시간여를 헤매인 후 다른 조와 연락이 되어 동대문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철을 타고 이동.... 도착한 시각이 자정쯤이었습니다.

'두타'앞에 있다는 정보를 듣고 갔는데, 시위대의 소리는 들리지 않아 한 숨을 내쉬고 있었을때즈음, 전경들이 돌아갔습니다.

그제서야 두타앞에서 '모여라'라는 구호가 들리더니 삽시간에 300여명의 시위대가 결집되더군요.

응급의료단도 속속 도착하였고, 그동안의 일을 들었습니다.

우리 조가 도착하기전, 전경들의 무차별 연행이 시도되었다고 합니다. 도보로 지나가는 시민을 연행해 가려다가 주위의 노점상인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포기했다고 하더군요. 이런 일이 2~3회 발생 후 그냥 포위하고만 있다가 철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행이 부상자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사복경찰로 보이는 몇 몇 분들과 일부 전경(교통정리 목적인 듯)만 남고 경찰이 모두 철 수하고.... 응급의료 자원봉사단도 뒷정리를 시작하였습니다.

 대부분 누가 누구인지 몰라서 생기는 문제들(연락 배치 상황대처 등등)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가장 문제점인 '중립'에 대한 말이 장시간에 걸쳐 얘기가 되었고 결론은

'마음만은 같이해도 겉으로 내보이지 말 것. 구호를 외쳐서도 안된다'고 났습니다.

어제도 그러한 얘기가 있었던 듯, 이것이 답답한 몇몇 분들은 의료물품과 구호물품 몇가지만 챙겨서 조끼를 벗고 시민으로 돌아가 직접 시위대와 함께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 시민께 드리는 부탁의 말씀


라스핀도 처음엔 그 '중립'이라는 것에 반대했지만,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그 생각에 동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세가지로 말할 수 있겠네요.

 첫번째, 노란조끼를 입은 응급의료 자원봉사자들이 자칫하면 깃발 대용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번 정부는 그 '잃어버린 10년'을 당당하게 표방하는 것을 볼때 언제든지 흔히 말하는 '용공조작'을 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스핀이 참여한 그 날만 해도 대부분 처음 만났기에 종이에 연락처와 이름을 적어 팀당 한 장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팀원 중 누군가 하나가 그러더군요. 이거 '조중동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배후조직되겠지?'라고요. 그렇습니다. 2008년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까요.

두번째, 첫번째가 아주 약하게 나타난다고 하면 '조중동개이버'로 대변되는 찌라시들의 의도적 방해입니다. 그러한 시도가 몇번 있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를 가장해서 '누가 책임자냐' '어느 단체에서 나왔냐' '어느 카페에서 주최하는 거냐' '그래도 책임자는 있을 것 아니냐' 등등 의도적인 질문들이죠. 그들에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시간나서 왔다. 그래서 우리도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 거의 오늘 처음봤다'라는 말이 믿기질 않는가 봅니다 ^^;;

세번째, 부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그렇게 평화적이지 않다는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경찰들이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철야시위 초기에 이런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야박하리만큼 철저하게 '중립'을 지킨 결과, 응급의료라는 골판지를 들고 현장에 접근하면 전경들도 길을 열어준다고 합니다.

위  3가지 이유로 '절대적 중립'을 표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런 내용을 종합해, 부탁의 말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의료봉사단은 어찌됐든 '중립'입니다. 의료봉사단이 같이 구호도 외치고 항의도 하자고 말씀하시지 마세요. 그렇게 되는 순간 경찰에게는 '적'이 되어, 응급상황에서 접근이 어렵게 됩니다.
(당근 마음만은 함께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과 마음이 틀리다면 무엇하러 그렇게 땀흘리며 쫓아다니겠어용. 그냥 집에서 쉬고 있겠지요^^)

2. 시위대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과 같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위대를 찾아 삼만리...하는거죠. 알려주시는 건 상관없는데요, 워낙에 가지각색이라 믿을만한 정보일때만 알려주세요. 그리고, 여러분과 섞여서 있다보면 괜한 오해를 살수도 있고요. 이 정부가 하는 짓보면 충분히 '오해상황'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약 3초간... ㅡoㅡ

3.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주위에서 의료봉사단을 찾아 상황이 발생한 장소에 안내까지 해주세요. 그냥 '저기'라고만 말씀하시면 정말 찾기 힘듭니다.

4. 인터뷰 시도는 삼가해 주세요. 의료봉사단은 온 신경을 시민들에게 쏟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한다고 한눈 판 사이에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거든요. 정히 인터뷰가 필요하시면 끝날때즈음에 그 날 의료봉사단의 뒷정리때 말씀하세요.

5. 시민분들과 기자분들! 환자가 몇 명이나 되고, 연행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우리도 잘 모릅니다. ^^;;; 워낙 요리조리 다니는 통에 뒷정리 시간이 되어서야 종합하거든요. 그리고 실신하시거나 탈진하신 분들은 '절대안정'이 필수적입니다. 플레쉬는 환자를 안정시키는데 방해되니 자제해주세욧!!!

6. 의료물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특히, 가장 많이 필요한 포타덴 등의 소독약, 핀셋, 붕대, 거즈, 지혈제 등등요. 어느 약사분이 기증하신 물품으로 어찌저찌 꾸려간다고 했는데....좀 많이 모자랍니닷.


 끝으로, 많은 의료인분들이 참여해주셨으면 합니다. 집회의 양상이 너무 산발적이어서 의료지원에 한계를 느꼈거든요.
 (오실때 '가운' 및 '청진기', '펜라이트', '해머' 등 기본물품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아고라 게시판 글에는 몸만 오라고 되어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정말 몸으로 때워야 한다눈... 쿨럭)

 그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은 라스핀 혼자였지만, 주말에는 조금더 많은 분들이 상경하셔서 의료봉사에 참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공보의 분들도 환영합니다. 절대적 중립이기때문에 퇴근하시고 이쪽으로 출근부 찍으시면 대대손손 복받으실껍니다 ^^


 의료봉사단분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닷.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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