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진짜 읽어볼만한 인터뷰닭!!] 정치참여란 쿨하고 세련된 것 -《닥치고 정치》 김어준 인터뷰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소한 이름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이튠즈 팟캐스트에서 진행되는 4인방의 시사토크방송인 나꼼수는 한 회 한 회 업데이트 될 때마다 사람들의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꼼수의 인기가 높아갈 수록, 나꼼수 출연진들에 대한 관심도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다. 나꼼수를 기획하고 리드해가는 인물,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는 특히 화제의 인물이다. 최근 ‘명랑시민 정치교본’을 표방하며 출간된 총수의 저서 《닥치고 정치(푸른숲)》는 출간 후 1달 내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나꼼수 열풍을 확인시켜 주었다.
11월 29일, 벨벳 270에서 나꼼수 여의도 서울공연을 앞둔 김어준 총수와의 만남이 있었다. 인터뷰 시간이 다 되었는데 총수가 모습을 보이지 않자,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하루 전 날 대구 공연 후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는 소식을 트위터로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리 오래지 않아, 총수는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몸 아프시다면서요? 괜찮으세요? 옆구리가 뒤틀리셨다고.
-글쎄 그게 무슨 협심증? 심근경색? 무슨 증상이라고 하길래 병원에 가볼라고. 근데 갈 시간이 없어. 인터뷰 하라고 불러가지고. 병원 가야되는데(흐하하하)
책이 엄청 많이 빨리 팔리고 있는데...
-아직 부족해요.
이게 나는 꼼수다의 영향이라고 보시나요?
-책 자체의 우수함 때문이죠. (일동웃음) 서로 당연히 영향을 주고받았겠죠. 거꾸로 책을 먼저 보고 ‘나는 꼼수다’를 들은 사람들도 꽤 있더라구요.
표지 컨셉은 뭔가요? 책의 컨셉인 총수님의 잘생김과의 상관관계는...
-물론 밀접한 관계가 있죠. (흐하하하). 책의 컨셉은 제가 정한 겁니다. 표지도. 원래 출판사에서는 말 타는 거? 이런 설정을 원했나?
푸른숲 편집자: 아니요. 총 쏘는 거. 서부영화처럼.
-그리고 제목도 출판사에서 잡았던 건 ‘우리가 배후다’였어요. 카우보이 복장 그런 걸 저한테 시키려고. (흐하하하) 말도 안되는 요구지. 전 훨씬 다이렉트한 제목을 원했고, 그리고 표지가 세련되길 원했어요. 설정 없이.
기본적으로 정치에 대한 책은 항상 진지하고 근엄하거나 너무 장난스럽고 설정이 과하잖아요. 그게 전형적인 패턴인데, 그게 아니라 여성들도 지하철에서 이 책을 꺼내서 펼쳐도 표지만으로 세련된 느낌이 나게, 내가 정치적인 행위에 동참하는 것이 사실은 쿨하고 세련되다. 라고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거죠. 그게 제 얼굴로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운 거죠. (흐하하하)
총수님은 헤어스타일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머리 빡빡 깎아도 멋있어 왜 이래. (일동 웃음) 제가 젊어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그래봐야 1인 회사지만 내가 사장인데 사장님 데려오라고 하는거지. 그래서 어려보이지 않으려고 수염을 기르게 된 거구요. 그렇게 제 스스로 자라도록 신경쓰지 않고 내버려뒀더니 머리도 자라있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신경 안 썼고. 일부러 기른 건 아닌데 또 보니 괜찮더라고. 하지만 포장이죠. (흐하하하)
책을 직접 쓰시지 않고 지승호 작가님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쓰신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 아 그건 이유가 있어요. 저 나름대로 정치 관련 책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지승호씨가 인터뷰 할 생각 없냐고 물어봤어요. 처음엔 따로 정치 책을 준비중이니까 생각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책 형식이 인터뷰잖아요. 제목을 ‘진보집권플랜 B-’라고 하고 그 형식을 통째로 차용해서 쓰면 훨씬 진도도 빠르고 내용전달력도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승호씨한테는 원래 인터뷰 방식이 있잖아요. 그거 말고 이 형식에 좀 들어와주라. 나에게 쓰임을 당해주라. 거꾸로 제안을 한거죠. 제가 개인적으로 고마운 것은 지승호씨 정도되는 인터뷰어면 본인의 인터뷰집을 충분히 낼 수 있는데, 그 역할에 쓰임을 당해준거죠. 그래서 고맙죠.
<딴지일보>랑 ‘나는 꼼수다’에서 김어준 총수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딴지일보... 정신적인 지주죠 (웃음) 나는 꼼수다요? 글쎄요.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죠. 팩트가 있으면 그걸 잘 조합해서 어떤 프레임 속에 있는 사건인가 정리하는 역할을 주로 하죠.
‘나꼼수’ 열풍으로 많은 대중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잖아요. 근데 열풍이라는 건 언제나 위험성이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어떻게 보시나요?
-‘나는 꼼수다.’라는게 겨우 4사람이 만드는 거거든요. 사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거니와 아무 문제도 없을 수도 없죠. 벌써 정봉주 전 의원만 하더라도 본인을 18대 대통령이라고 싸인하고 있잖아요. (흐하하하)
4사람 모두 자연인이니까 오버하거나 실수할 수 있을 때도 있겠죠. 근데 나는 꼼수다가 가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 말하는 건 뭐랄까... 음 지나치게 너무 앞서가는 것 같아요. 나는 꼼수다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기 전에 현 정권 혹은 현 정권에 장악된 언론이나 그런 언론이 만들어내는 위험성 그걸 먼저 얘기해야죠.
겨우 4사람이 만드는 음성파일 하나 가지고, 그게 인기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너무 지나친 의무를 부여하거나 우려를 하는 건... 글쎄요. 더군다나 우리는 겨우 대략 1년 있으면 사라질 걸 미리 선언한 미디언데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닌데 너무 오버다 싶어요. 우리가 알아서 잘 하다가 알아서 사라질게요. 그로인한 실수나 리스크에 대해서는 각자 그게 어떤 것이든 스스로 감당하기로 마음먹고 시작한 거니까요. 그 네 명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말고 저기 수천 명씩 모여 있는 미디어에다가 요구해주세요.
나꼼수 콘서트는 계속 하실거에요?
-콘서트는 이런 의미였어요. 골방에만 있으니까 정말 실존하는 인물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잖아. 뭐랄까. 팬클럽 행사 성격도 있고 우리도 청취자를 만나고 싶었고 뭐 같이 신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거고. 아 참 물론 서버비용도 좀 마련해야겠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목적이지 계속할 생각은 없어요. 너무 체력도 딸리고 시간도 없고.....
뭐 전혀 안하겠다기보다는 이걸 계속하는 것보다는 방송을 더 충실하게 만드는 게 낫다 이거지. 우리가 비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웃음)
나꼼수 방송이나 콘서트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셨는데, 그중에 예상치 못한 반응이 있었나요?
-아니 아직까지는요. 소위 권력기관이나 권력의 반응은 예측한 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었죠. (웃음) 무학의 통찰, 지식인의 혜안이라고 써주세요. (웃음)
왜 그게 예상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들을 움직이는 게 지극히 단순한 욕망들이기 때문이죠. 무섭다, 갖고 싶다, 내걸 지키고 싶다, 두려운 상대는 어떻게든 제압해야 된다... 이런 욕망을 숨기고 상대방을 주저앉힐 꼼수만 고민하니까요. 그러니 거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봐야죠.
만약에 트위터가 SNS가 없었다면 ‘나는 꼼수다’의 확장속도가 이렇게 빠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느렸겠죠. 그리고 SNS가 없었다면 이런 형식으로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에요. 이 방송은 목적지향적이고 한시적인 방송이거든요. 재미있고 인기 얻을려고 시작한게 아니고. 그러니까 지금 상황에서 적합한 미디어 형식을 채택한 것이지 만약에 SNS가 없었다면 전혀 다른 방식을 생각했겠죠.
한시적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현재 나꼼수가 대안언론으로서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잖아요. 만약에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대중적인 요청이 있다거나 그러면..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전 원래 먼 미래를 계획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필요한 거 같아서 만든거고, 역할이 다 되면 사라질거고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다음 일은 그 다음에.
다른 세 명 멤버에 대해서 남들이 모르는, 가까이서 발견한 매력 같은 거 있으신가요?
- 예를 들어서 30분 동안 대본플레이를 한다. 그럼 누구든지 가려질 수 있죠. 근데 몇 시간씩 대본 없이 떠들면 결국 그 사람의 결이 다 드러나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 느껴지는 거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다 그대로의 사람들이에요. 숨겨진 매력 같은 게 있을리가 없지.
정봉주 씨에게는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정봉주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특이했어요. 처음 보는 유형의 정치인이었고 이런 사람이 정치판에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존 정치판에서 이 사람을 쓸 리는 없고, 기존 정치판 룰대로 이 사람이 행동하면 이 사람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을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그 양반만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이 나름의 정치 지분을 얻고 그게 정치계 양산과 정치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 왔었어요.
정봉주 교수님 책 보셨어요?
- 그걸 왜 봐, 깔대긴데 그냥. 사상 최초의 활자 깔대기 아냐.(웃음)
김용민 PD님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세요.
-걔도 굉장히 특이하죠. 일단 그렇게 많이 먹고도 그거밖에 살이 안 찐다는 게 놀라운 일이고. (흐하하하) 엄청나게 먹거든요.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말하지 않는 모든 시간은 다 먹는다고 보면 돼요. 이 책에 썼지만, 유머감각도 있고 시사도 알고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 깊고 그러면서도 진보적이고 게다가 성대묘사도 하고 편집도 하는 사람 어디 없어요. 그런 능력들을 종합적으로 갖춘 사람은 그 이 업계에서 그 사람 하나 봤어요.
그분들께 각각 인생을 이끌어온 주요한 욕망체계를 여쭸더니 김용민 교수님은 공동체라고 하셨고 정봉주 의원님은 차별없는 세상이라고 하셨습니다. 김어준 총수님의 인생을 이끌어온 욕망체계가 뭔가요?
-너무 그럴듯하게 대답했는데 이 새끼들(흐하하하) 공동체와 뭐? 차별 없는 세상? 여자 차별이나 하지 말라고 해요.
뭐가 나를 끌어왔냐고요? 글쎄요? 호기심이 아주 크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도 커요. 즉 지적욕구가 커요 저는. 그리고 뭔가 부당한 게 싫어요. 또 여자가 좋고.(흐하하하)
다른 인터뷰에서 책을 읽으면 가시가 돋는다고 하셨는데 지적 욕구와는 좀 매치가 안 되는데요.
-그건 이래요. 아예 안 읽는 건 아닌데 저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책의 8~90%는 자기 자랑이더라구. 그 책에서 꼭 말하고 싶은 바는 대부분 서문 그리고 목차 한두 개를 읽으면 알 수 있어요. 그러면 거기서 끝. 내가 이 책을 인용해서 아는 척하려고 읽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서 끝나는 거죠.
지적욕구가 많다는 건... 예를 들면, 침팬지를 보면 인간하고 유사한 행동을 해요. 그러면 관련된 자료를 구글같은데서 뒤져봐요. 관련 다큐든 연구자료든 아주 빠른 시간내에 습득해요. 그리고 이래서 그랬구나 이해하고 잊어버려. (흐하하하) 애가 뭘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이해하고 싶은 거지 그걸 어디 써먹지는 않아. 그냥 지적 호기심인거죠.
책에서 우파와 좌파를 가르는 기질은 타고나는 것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상당정도 타고난다. 100%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정도.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야하는 문제에 딱 맞닥뜨리게 되면 결국은 타고난 기질대로 반응해요. 아무리 진보적인 주장을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중요한 삶의 문제에 부딪히거나 절박한 환경 속에 던져지면 결국은 자기 기질대로 행동해요. 그 베이스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여행을 다니다 보니까, 사람은 일상에서 겪어보지 못한 문제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면 기존에 가진 것과 상관없이 그 상황에 대처하거든요. 고학력 교수든, 돈 많은 부자든 아니면 무학의 노동자든 구멍가게 아저씨든, 극단적인 상황에 던져놓으면 배운 거 다 소용없어요. 돈이나 지위 같은 평소 해법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그 사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능력이 드러나게 되는데, 그때 보면 결국은 타고난 기질대로 선택을 하고 해결방법을 찾게 되거든요.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은 어느 정도 타고 나는거다.
그러면 우파적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 공포에 대응하는 방식을 학습같은 걸 통해서 바꿀 수도 있나요?
- 근본적으로 뇌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우파적 기질이 발현되지 않도록 사회적 공포가 낮게 통제되면 훨씬 안정적이고 진보적인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죠. 물론 개개인의 교육도 영향을 미치겠죠. 당연히 근데 타고난 기질이 그냥 열심히 교육하면 좌파가 우파되고 우파가 좌파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앞에 부분에서 조국 교수님 얘기 하셨잖아요. 혹시 출간되고 나서 조국 교수님 만나보신 적..
- 만난 적 없어요. 그 이전에도 만난 적 없구요. 책 나오고 나서 문자를 주고받은 적은 있어요. 잘 읽었다는 문자. 책 나오자마자 사 보셨나봐요. 자기를 욕했나 싶어가지고.(웃음)
문재인 이사장에 대한 얘기를 하시면서 대선 주자로 생각하고 계시고, 근데 대선에 문재인 이사장과 조국 교수님이 나왔다 했을 때 조국 교수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두 분이 동시에 나왔을 때요? 대선에 조국 교수님은 나오지 않아요. 그분은 정치를 한다고 한들 이번 대선에 주제가 되기 위해서 등장하진 않을 거에요. 제가 보기엔 조국 교수님이 본인을 노래방에서의 탬버린 역할로 스스로를 상정한 게 아닌가 이해하고 있어요. 두 분이 어떤 자리나 역할을 두고 충돌하진 않겠죠.
자기 역할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하셨잖아요. 대선에 비춰봤을 때, 총수님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요? 나는 꼼수다를 잘 운영하는 거죠. 내가 출마하길 바래? 18대 대통령으로 원해 나를? (일동웃음) 제가 직접 정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걸 잘 해설하고 선거가 진행되면서 그 뒤에 뭔가 꼼수가 있다면 밝혀내고...
책에서 문재인만이 이길 수 있다. 고 하셨는데 지금도 유효한지, 현재의 바뀐 상황을 적용하면 얼마나 유효하다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데요.
-음...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문재인이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뭐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죠? 정치에서 1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는 데 두 달 남짓 걸렸어요. 오세훈까지 합치면 석 달 그 짧은 시간에 생긴 일이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보수의 아이콘이 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움직였고 그게 박원순 서울시장을 탄생시켰잖아요.
총선이나 대선은 그보다 훨씬 큰 규모잖아요. 엄청나게 많은 일과 사건들이 있겠죠. 그 상황이 개개인의 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다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러면 어떤 조건이 주어지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 자질이나 품성이 그 상황을 모두를 돌파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는 여전히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죠. 그런데 왜 정치 얘기만 하지?
책 내용이 정치니까요.
-개인적인 걸 물어봐 주세요. (흐하하하) 그러니까 정리하면 총선에서도 대선에서도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거나 미리 기획하기 힘든 많은 사건들이 있을 거구요. 그 상황 전체를 똑같은 자세와 생각, 똑같은 분위기로 돌파할만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저는 문재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리고 안철수 원장이라고 하는 대단히 예상하지 못했던 커다란 변수가 등장했는데,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이사장 두 분의 관계가 다음 대선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겠죠. 두 사람이 조건 없이 서로 지지하거나 연대할만한 그런 삶의 궤적을 가진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저도 모르는 거죠.
통찰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이 있나요?
- 글쎄 그게 운인 것 같아요.
어떤 운이요?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왜 키가 작나요? 팔이 긴가요? 이런 거에 가까운 질문이잖아.
책에서 좌우도 기본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라고 했잖아요. 또 자연인으로 사는 것도 타고난 다고 하셨는데. 그럼 지금의 총수를 만든 것도 타고난 것이 많이 일조했다고 생각하세요?
-저희 아버님은 인문학적 소양이 대단히 높아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잘 쓰시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이고, 솔직히 말해 좀 소심하세요. 반면에 어머니는 대단히 화통해요. 직선적이고 여장부에요. 그런데 책은 안 읽어요. 아버지의 머리를 닮았고 어머니의 품성을 닮았어요. 거꾸로 닮았으면 좆될 뻔했어. 운이 좋았지. 아까 운이라고 말했잖아요. 나이 먹어서보니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재능하고 어머니의 기질을 거의 닮았더라구요. 어릴 때 몰랐는데, 이게 기본 바탕인거 같구요.
그 다음에 중요한 건 여행 같아요. 제가 20대 초반부터 한 60여 개국, 합쳐서 거의 3년 여간 배낭여행을 했거든요. 외국에서는 내가 끊임없이 이방인이 되잖아요. 다른 환경에 가서 그 과정에서 자기를 객관화 하는 훈련이 나도 모르게 된 거 같아요. 타고난 품성도 있는데다가 연습이 많이 된거죠.
그리고 이것도 타고난 건데 물욕이 없어요. 거의. 물론 있으면 좋죠. 하지만 가난한 게 전혀 두렵지 않아요. 돈이 없는 것도 불편할 뿐이잖아. 불편할 수 있는 거지 뭐. 돈 많아도 불편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뭐 해서는 안 된다.’며 저를 통제하거나 규범을 던진 적이 없어요. 내가 집에 안 들어갈 이유가 있으면 안 들어가는거야. 또는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거에요. 그래서 전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할 때 누군가한테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머리 속에 아예 없어요.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다른 권위에게 인증을 받아야 내 액션을 취할 수 있다는 사고 메커니즘이 없는 거죠.
덕분에 대통령이나 청소부 아저씨나 진짜로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냥 직업이 다를 뿐인데 유세 부리는 걸 보면 좀 웃기죠. 가소롭고. 아저씨. 남자. 지위나 직책이 주는 위압감 같은 게 저한테 전혀 안 와요. 딴지를 걸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그런다는 오해가 많은데. 그런게 아니고 그냥 그래요. 그런 걸 어떻게 해 씨바.
선생님처럼 쫄지 않기도 힘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아까 말씀 드린대로 공포가 없어서 쫄지 않는 거에요. 우선 돈에 대한 공포가 있겠죠? 돈이 없어서 내가 무시 당할거다. 그런 생각 안한다고 난, 돈이 많은 애들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거든요. 이건희 회장이 돈 많은 노인네처럼 보여 난 불쌍해. 다 처먹을껀가 그거 지가? (흐하하하) 차가 100대면 뭐해? 맨날 차 100대 타고 다닐건가?
그리고 물리적 공포, 아프다. 아프면 할 수 없지 뭐. 죽음에 대한 공포. 나는 오래 살고 싶어요. 하지만 내가 죽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요. 이때까지 살아왔던 모든 생명체가 다 죽었잖아. 억울할 일이 아니야.
근데 이런 게 무슨 자기 성찰 철학적 고민 그런 걸 통해 한 생각이 아니라 그냥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겨먹었다니까. 다 운인거지. 그러니까 저는 두려운 게 없죠. 아주 어릴 때부터 쫄아 본 적이 없어요. 전 무섭지만 맞서 싸워야 돼가 아니라 안 무서워. 됐나요?
총수님을 움직이는 내면의 동력이 뭘까요?
전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게 싫어요. ‘너도 예의가 없잖아’ 할지 모르지만, 전 예의가 있어요. (흐하하하) 쓸데없는 예의가 없을 뿐. 있어야 될 예의는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요.
근데 겉으로 엄청난 규범과 형식 속에 살면서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들을 보면 제일 화가 나요. 걔들이 힘을 가질 때 화가 나요. 힘이 없으면 상관없지. 근데 힘으로 사람들을 함부로 다룰 때. 좆도 아닌 것들이.
그리고 연민도 있어요. 사람에 대해서. 왜냐하면 저는 부모님에 대한 효심 이런거 뭔지 몰라요. 그런데 연민이 있어요. 그 외에는 맛있는 게 좋고, 여자가 좋고(흐하하하) 다 똑같죠.
미국에 가셔서 노암 촘스키를 만난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만나서 하고 싶은 얘기나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지?
-없어요. 그냥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도? 그리고 한국의 팟캐스트 나꼼수 현상에 대해서 고민해봐라. (흐하하하)
아 이런 욕심은 있어요. 프리덤하우스라는 미국 보수 정부단체에서 매년 각국의 언론 자유를 측정해서 순위를 발표하는데 우리나라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고 순위가 70위로 떨어졌어요. 씨바 아프리카 애들 한참 뒤야. 한번 뒤져봐요. 그러니까 미국에 가서 팟캐스트를 알려서, 소위 언론이 권력에 의해 장악된 곳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언론을 확보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선례 사례로 세계 각국에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힘든 일이거든요. 권력이 미디어를 장악해버리면, 방법이 없어요. 다른 정치적 입장은 오로지 거리로 나가서 싸우는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그런 혁명 같은 집단적 움직임 뒤에는 혼란과 위험이 올 것이고.
그러니까 팟캐스트처럼 훈련된 일단의 사람들이 정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사람들과 일정한 속도로 소통하면서 같이 정치에 대해서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게 만들고, 문제가 뭔가 구체적으로 논리적으로 전달하고.... 그런 수단을 가지게 되면 굉장히 파워풀해질 수 있죠.
언제 제일 행복하세요?
-맛있는 거 먹고 여자들하고 있을 때. 한 마리 짐승이라고 생각해. 짐승이랑 나랑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 난. 사람들이 알아야 돼. 다 한 마리 짐승이라는 걸. 짐승보다 조금 폼 잡는다고 위대한 줄 알아. 다 적을라고 하지?
네.
-너무하잖아~
평소 김어준 총수는 말을 직설적으로 하기로 유명하다. 서슴없는 육두문자도 이미 아이덴티티의 일부다. 그런데 이 날의 인터뷰는 약간 심심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푸른책 편집자 분께 “오늘은 굉장히 온건하시네요?” 하고 슬쩍 물었더니 “조금 늦게 오신 게 미안해서 그러시는 거예요.” 하고 귀띔해 주었다.
역시 총수. 인간에 대한 예의, 있다.
판을 꿰뚫어 통섭하는 혜안(웃음), 있다. 유머, 있고. 본인 주장에 따르면 미모도 있다.
여기에 건강하기만 하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대한민국의 속 터지는 정치판을 웃음으로 읽어 줄 듯 하다.
쫄지마, 쫄지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