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수 칼럼] 소리없이 뜨는 문국현, ‘범여권’의 새 희망 되나?
문국현 후보, 아직 소속 정당도 없는 데 뜨고 있다. 1~2% 지지도를 박차고 방송토론 초빙대상인 5%를 넘어섰다는 보도다. 범여권에서는 정동영 다음으로 가는 지지세라고 한다. 나름 개혁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해찬 후보를 앞질렀으니 개혁성에선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문국현이 정치초년생인데 무슨 대통령후보냐고.
그러나 정치평론질을 좀 해 온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어쩌면 문국현은 범여권, 혹은 민주평화개혁세력의 21세기판 메시야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의 등장은 철저하게 준비된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시대정신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겐 그 장면을 어렵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의 등장은 역사적이다. 사실이 그렇다. 그는 이른바 범여권이라 불리우는 진영이 초토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인물이다. 현재 통합신당의 지리멸렬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이 이를 입증한다. 역대 어느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이렇게 맥빠지는 경선은 없었다. 마치 관중 없는 마이너리그를 보는 듯하다.
사실 민주주의와 남북화해협력기조 등은 범여권의 정치적 자산이다. 두고두고 역사적 평가를 받을 만한 업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형편없는 것은 시대정신을 잘 못 읽었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양극화의 이중 프레임이 작동하는 구도속에서 세계화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양극화를 소홀히 여긴 까닭이다. 민주주의도 좋고 남북화해협력도 좋은데 근본은 백성들 먹거리가 아니냐는 항변이 새로운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범여권은 집권자로서 무능을 드러낸 것, 이것이 현재 지리멸렬의 정체다.
물론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역사성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역사성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동력이란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으니 초점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지금의 범여권이란 정치세력 중에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줄 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존 김대중-노무현 패러다임의 구성원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적임자라고 주장하는 듯한 경쟁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선이다.
이처럼 범여권이랄까, 개혁진영이랄까 하는 진영의 지리멸렬은 정치적 메시야를 대망하게 된다. 일종의 메시야 희구 집단심리라는 메시야 수요를 창출한다. 그리고 그 대중적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새로운 정치상품공급자가 메시야가 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학이다.
이런 마당에 문국현 후보가 나타났다. 개혁을 지향하는 그룹들 사이에 웅성거림이 나오고 세력화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가능성이 의미있는 지지율로 나타나면서 대중의 시선이 문국현에게 맞춰지고 있고 세력도 붙고 있다. 이 흐름은 영락없이 새로운 정치세력의 대두과정이다.
그러면 문국현의 강점은 어디에 있을까.
첫째 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공한 기업인이다. 영미식 구조조정바람이 불던 그 혹독한 시절에 유한킴벌리라는 대기업을 경영하던 그는 노동자를 정리해고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을 늘렸다. 언뜻 몰상식하게 보이는 이런 방침은 그가 역설하는 창조경영, 지식경영, 가치경영이라는 말로 요약되듯이 지식노동자를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이었다. 그리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에 접목시킨 기업인이 문국현이다.
4조 2교대제라는 독특한 노동제도를 통해 사내 평생교육시스템을 만들어 기존 노동자들의 숙련도와 지식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도록 사람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은 그의 철학이 이론 영역이 아니라 현실 시장에서 성공한 것이다. 즉 뉴 패러다임의 기업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성공시킨 상징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문국현은 뉴 패러다임의 실천자이면서 동시에 주창자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그가 재직하고 있던 유한킴벌리에서 발주한 연구보고회가 있어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나온 문국현은 기자들과, 방송토론 등에 단골인사인 경제분야 전문가들과의 토론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의 겸손한 면모는 그의 실력을 더욱 빛나게 한 후광이라 할 수 있었다.
흔히 얘기하는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등 북유럽형 사회대타협의 모델을 문후보는 이론적으로 꿰뚫고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상황에 걸맞는 이론적 깊이를 보여 주었다. 통상적으로 돈만 아는 무식한 기업인들의 마인드가 아니라 내로라하는 사회경제학자들보다 더욱 구체적인 대안을 가진 이론전문가의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날 느낌을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재계나 학계 출신인사가 대통령 되겠다고 나서는 얼치기 인사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 어떤 영성을 가진 인물'이란 느낌이었다. 그만큼 그는 뉴 패러다임을 추종하는 성공기업인이 아니라 그 스스로가 이론과 실천을 선도해가는 주창자(advocacy)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하겠다.
셋째, 그는 한국시민사회에 폭넓은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시민사회란 한국사회에서 도덕적 근거다. 그런 시민사회에 단지 그가 숱한 후원금을 내고 스폰서 역을 했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가 시민사회의 지향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현대를 정치의 위기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1/n의 권력을 위임해 줄 만한 도덕성을 정치권에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이는 전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한다. 바로 그 도덕성과 신뢰성을 주무기로 하는 '신뢰자본'이 시민운동의 주무기다. 그런 강점을 가지고 있는 시민사회가 보증하는 인물이 뉴패러다임으로 성공한 기업인 문국현이다. 그래서 그는 시민사회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문국현이 대선후보로 유리한 점은 그가 현재 양극화해소와 선진화라는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점에 있다. 그의 평생교육시스템은 양극화해소의 첩경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이론이다. 또한 사람을 수단으로 쓰고 소용없으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를 모든 투자의 근본으로 여기는 그의 실천철학은 현실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기할수 있는 모델이다.
일부에서는 당장 불필요한 비용이 들어가는 평생교육시스템을 자금력이 없는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모델이라고 한다. 그러나 누가 집권해도 당장 원하는 것을 그 자리에서 얻을 수는 없다. 정치는 미래비전을 외상으로 잡고 실천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국정중심을 잡겠다는 비전은 집권 이후 프로그램이므로 적어도 임기말 쯤에는 도달할 수 있는 비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관점이다. 밥 짓고 있는 데 숭늉 달라는 요구는 정당한 요구가 아닌 것이다.
아무튼 요즘 문국현 후보를 보면 이른바 '천시'를 생각나게 한다. '하늘이 만들어 준 때'는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민주개혁평화세력이 역사적으로 많은 일을 했지만 이제는 그 터전을 근본부터 준설하고 전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닐까 한다. 정치세력으로서의 범여권이 많은 일을 해 왔지만 구태에 얽매인 정당운영과 작위적인 동원방식의 경선, 이런 구태를 한꺼번에 쓸어버리고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할 시대정신은 새로운 인물에게 그 임무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말하자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격이라고나 할까.
평론질해 온 관점에서 보자면, 문국현 후보가 이번 대선판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기는 힘들다. 세력화는 내년 총선을 경유하면서 가능해질 것이다. 그게 상식이다. 다만 그는 지금 시대정신을 돌파해 나가는 정예병일 뿐이며 주력병참이란 세력이 그의 뒤를 떠받쳐 주어야 그림이 완성된다. 물론 그 병참세력은 기존의 범여권 지지세력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후보가 이제 '범여권 단일 후보는 문국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거기법 상 '기정사실화 전략'이라기 보다 객관적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옳은 관점이다. 게다가 항상 그렇듯이 정치적 메시야가 사기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반면, 문국현형 메시야는 대안정책능력을 그 스스로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메시야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간해선 사람에 대한 보증을 쉬 하지 않은 나지만 문국현은 좀 남 다른 면모를 지닌 후보라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그러니 이 글이 '문비어천가'로 보일지라도 나로선 정당한 평론질이라는 점을 부연해 두고 싶다.
그리고 양극화 해소와 선진화라는 시대정신을 염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문국현 후보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찬찬히 뜯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대선을 통해 우리가 항상 시대정신을 발견하고 추동해 왔 듯이, 이번에도 그런 성실성이 작동되길 바란다면 말이다.
김석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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